정사삼국지 - 황제를 독살한 양기(132~146)


광무제가 후한을 세웠지만 4대 황제 때부터 어린 황제가 등극하거나 단명하는 경우가 잦아서 대부분 태후가 섭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외척들이 권세를 쥐는 경우가 많았는데, 양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양기는 후한창업공신 양통의 후손으로 그의 여동생이 황후가 되면서부터 힘을 얻게 된다. 처음에는 그의 아버지인 양상이 순제의 신임을 얻었기에 대장군이 됐었는데, 양상은 외척치고는 그래도 나름 생각이 깊고 겸손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가 집권했을 때는 환관들로부터 충신을 지켜주거나 무고한 이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나서 뒤를 이은 양기는 아버지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양기는 양상이 생존했을 때도 그의 포학함을 드러냈었다. 평소 술을 좋아하며 방탕하게 굴던 양기는 직무를 처리할 때도 멋대로 폭압과 불법을 저질렀고, 이에 보다 못한 양상의 친구 여방이 이를 알려서 양기는 양상에게 혼이 난다. 이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양기는 사람을 시켜 길에서 여방을 찔러 죽인 후 여방의 원수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워 그의 종친과 빈객 100여명을 죽게 하면서 자신의 혐의는 벗었다.

이러던 그가 양상이 죽은 후 대장군을 이어받았으니 더욱 날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양기는 뇌물을 즐겨 받았고, 자신에게 뇌물을 준 이가 고발을 당하면 비호를 해주며 고발한 관리인 이고를 좌천시켰다. 그의 부패가 어느 정도였냐면 당시 주군을 돌면서 현량한 이는 표창하고, 악한 이는 벌하라는 명을 받았던 장강이 더 큰 도적이 안에 있는데 밖에 있는 이들을 잡아서 뭐하겠냐며 자신의 임무를 그만두고 양기를 탄핵하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양씨들의 세력이 막강해서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양기는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장강을 도적들이 날뛰는 곳으로 부임시켜줬다.

순제가 죽고 나서 태자가 뒤를 이었지만, 나이가 겨우 두 살이었다. 덕분에 황후는 황태후가 돼 섭정했고, 이로 인해 양기의 권력은 더욱 강화됐다. 얼마 안가 태후는 조서를 내려 현량한 인재를 추천하라 했는데, 이때 황보규(황보숭의 백부)가 대책을 말하는 중 양기보고 좀 잘하라고 했다가 양기의 두뇌에 입력돼 결국 황보규는 강등됐다. 이에 병을 핑계로 귀향했으나, 주군에서 양기의 뜻을 받들어 황보규를 두 세 차례 죽음으로 몰아넣었었고, 마침내 황보규는 쥐 죽은 듯이 집에서 십여 년을 지내게 됐다.

충제가 제위에 오른지 일 년도 안돼서 죽었다. 이에 다음 황제가 될 후보로 유산과 유찬을 불러들였는데, 이때 대신들은 유산이 사람됨이 엄격하고 법도에 맞는 행동을 보여줬기에 모두 그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나 양기는 나이가 어려서 마음대로 하기 쉬운 유찬을 다음 황제로 정하고 즉위시켜줬다.


이당시 태후가 정사를 볼 때 태위 이고의 말을 잘 들어줬다. 덕분에 악행을 저지르던 환관들이 대부분 제거됐기에 평판이 좋았다. 이게 양기는 못마땅했었고, 전에 이고에게 당한 이들도 원한을 품었기에 그들은 합심해서 이고를 무고했다. 그러나 태후가 들어주지 않아서 이번엔 실패한다.

새로 등극한 황제인 질제는 비록 나이가 어렸지만, 나름 총명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루는 양기를 쏘아보며 발호장군이라고도 한 적이 있었다.(발호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제멋대로 날뛰는 걸 말하는데 양기가 너무 개판을 치니까 대장군인데도 발호장군이라고 말했던 거다.) 이를 들은 양기는 도저히 잊을 수 없었기에 결국 주위 사람을 시켜서 떡에 독을 넣어 올리게 했다. 이를 모르고 먹은 질제는 점점 고통에 시달려하다가 태위 이고를 불렀다. 이고가 와서 연유를 물으니, 떡을 먹고 난 후 배가 계속 아프다며 물을 마시면 좀 살 거 같다고 했다. 이때 양기도 곁에 있었는데 토할까 두려워서 물을 못마시게 했다. 질제는 결국 양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이에 이고가 시신 앞에서 엎드려 통곡하고는 시의를 불러서 추궁하고 조사할려고 해, 양기는 일이 누설될까봐 더욱 이고를 증오하게 됐다.

황제가 또 단명해서 후사가 없었기에 대신들이 다시 모여서 후사를 논했다. 이때 대부분이 전에 후보에 올랐던 유산이 괜찮았기에 다들 그를 추천했으나, 중상시 조등(조조의 할아버지)이 일찍이 유산을 알현했을 때 무시당한 적이 있어서 환관들은 유산을 싫어했다. 이때 마침 양기도 유산보다는 유지를 맘에 들어하고 있었기에, 조등은 유산이 황제가 되면 양기가 그동안 지은 죄가 있어서 망한다며 유지를 세우라고 설득했다. 결국 양기는 유지를 세우기로 맘을 먹었고, 이에 따르지 않고 끝까지 유산을 미는 이고를 짤라버리고는 유지를 황제로 즉위시켜줬다. 이가 바로 그 유명한 환영제 중 한명인 환제로 그때 나이가 15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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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러움 2009/10/13 11:44 # 답글

    오랜만에 뵙네요! 바쁘셨나봐요. ^^///
    예나 지금이나 탐관들은 참 장하기도 합니다. ㅎㅎ
  • 새로운나 2009/10/14 06:05 #

    네 오랜만이에요.^^ 이것저것 좀 하다보니..^^;;
    그렇죠. 끊임없이 반복되는 탐관오리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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